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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4/ 4 MBC PD수첩

1. 고속도로 위의 의문사

2000. 4. 4 (화) 밤11:00~11:50

 

1. 고속도로 위의 의문사 (가제)

"우리딸을 네 번 죽이지 마라"

최근 인터넷상에 아버지가 딸아이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홈페이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에서 살고 있는 정현조씨의 쌍둥이 딸 중 하나인 은희양이 고속도로에서 사망한 지 1년 반. 당시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였지만 가족들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갖고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탄원은 계속되었고, 학생 시민 연대까지 결성되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움직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미궁에 빠진 정은희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지난 98년 10월 17일 새벽 5시 10분.

 

대구 K대 간호학과 1학년에 재학중이던 정은희양이 고속도로에서 23톤 트럭과 충돌, 사망하였다.

 

사고 전날인 16일, 학교 축제의 마지막날이었다.

 

은희양은 해외연수를 같이 떠날 친구들과 학교 주막촌에서 모임을 가졌다.

 

밤 10시가 넘자, 기숙사 생활을 하던 친구들은 먼저 나가고, 백○○(20세 가명)군과 은희양만이 주막에 남게 되었다.

 

술자리에 있었던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은희양이 만취한 박군을 집까지 바래다주기로 한 것이다.

 

백군은 자신은 술에 취해 주막촌에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깨어나 보니 학교 주변 보도블럭에 앉아있었다고 증언했다.

 

시간은 23시경.

 

옆에 은희양이 없는 것을 확인, 호출을 해도 연락이 없자 23시 45분 경 귀가하였다고 한다.

그날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백군을 마지막으로, 은희양은 6시간의 행적을 미스테리로 남긴 채 이튿날 새벽 시체로 발견되었다. 집과 반대 방향이고 학교에서 7.7Km 떨어진 구마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옆에서 23톤 덤프 트럭과 충돌한 것이다. 더욱 강한 의혹을 갖게 하는 것은 속옷, 현장에 있던 은희양의 사체에는 속옷이 없는 상태였다.

 

⊙ 고속도로에서의 보행자 교통사고??

 

사고소식을 듣고 영안실에서 심하게 훼손된 딸의 시신을 확인한 부모는 단순교통사고라는 경찰의 조사결과를 들었다.

 

중앙분리대쪽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보았다는 사고 운전사의 증언에 기초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정양의 대학 동아리 친구인 임○○가 사고현장에서 정양의 것으로 보이는 속옷을 찾으면서 가족들은 단순교통사고라는 경찰의 말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버지와 경찰이 동행, 문제의 팬티를 수거해 왔다.

 

정양의 어머니와 쌍둥이 동생은 은희양의 속옷임을 확인했고, 경찰에게 감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족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았고, 결국 속옷세트를 하나씩 나눠가졌던 여동생이 자신이 갖고 있던 같은 상표, 같은 디자인의 팬티를 경찰에게 보인 후에야 감정에 들어갔다.

이미 사건 후 5개월이 지난 후였다. 감정 결과 팬티에서 정액이 검출됐지만 너무 오래돼 누구의 것인지는 판별이 불가능하게 된 상태였다.

 

경찰은 결정적인 용의자를 찾는 증거물을 방치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스스로 놓쳐버린 셈이 되었다.

 

이처럼 < PD수첩> 취재진이 사건을 취재하던 중, 사고 당시 주변의 증거물과 그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경찰 초동수사에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먼저 경찰측이 촬영한 사고 현장과 부검사진이 모두 분실되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가장 큰 의혹을 갖고 있는 사체의 속옷 여부 확인 과정은 경찰의 소홀한 자료 관리로 인해, 간단히 확인이 가능한 부분조차도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측은 당시 사진을 찍은 파출소 직원은 경찰서 형사과에 넘겼다, 형사는 받은 적 없다고 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또한가지 경찰은 사고 운전자의 증언과 덤프 트럭 범퍼에 사람의 머리카락이 붙어있었다는 트럭정비사의 증언을 기초로 단순 교통사고라 처리하였는데, 머리카락이 누구의 것인지는 확인이 안 돼 있는 상태였다.

 

뿐만아니라 속옷에 대한 감정을 몇번이나 의뢰한 가족들의 주장을 무시한 채, 늦게 감정에 들어가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증거물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사의 헛점은 가족들에게 경찰에 대한 불신을 싹뜨게 했다.

 

⊙ 은희양은 왜 고속도로 한가운데 있었을까? 계속 되는 의문...

 

은희양 사체 부검 결과, 부검의는 사체의 훼손은 트럭과의 충돌로 인해 생긴 것으로 소견을 밝혔다.

 

혈중 알코올농도는 0.13%. 술은 마셨지만 운동과 사고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남자 친구를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던 은희는 왜 술취한 친구를 도로에 버려두고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을까?

 

학교에서 7.7Km나 떨어진 곳에서 깜깜한 밤에 있었던 이유, 1.5 미터의 중앙분리대가 있는 고속도로를 건너가려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족들은 뭔가 다급한 상황에 은희양이 처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고 전 은희양은 6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고속도로에 뛰어들게 한 위험한 상황은 무엇일까?

 

< PD수첩 >에서는 1년 6개월 동안 미궁속에 빠져있던 은희양 사건을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 추적해 가면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본다.

 

또한 사고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조사의 미흡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찰 초동수사의 헛점을 비판한다.